꽃을 영원히 지켜나가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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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MoonHyunSun 댓글 0건 조회 4,357회 작성일 13-09-24 18:11본문
꽃을 영원히 지켜나가는 방법
나의 꽃과의 생활은 작은 농장과 같은 하우스에서부터 시작이 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꽃이 좋아서 다녔다기보다는 항상 바로 옆에 있는 엄마처럼 대해주시던 선생님이 좋아서 매주 월요일을 기다렸었다.
월요일에 학원을 다녀오면 화요일부터 다음 주 월요일을 기다리게 되고, 운동장 만한 기숙사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보다 하우스 내의 3-4명 정도밖에 못 들어가는 작은방에서 먹는 밥이 더 맛있었다.
한 번 학원을 가면 4-5시간이 걸렸다.
버스로 10분밖에 걸리지 않는 곳인데도 한 번 가면 몇 시간을 있다가 왔다.
그냥 그곳이 좋아서
정말 아주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냥 좋아서
한 번 가면 어두워져서야 돌아왔다.
그때 그 선생님을 보면서
나도 나중에 누군가를 가르치게 되면 그분처럼 자상하게 학생들을 대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나의 모습을 보니까 생각만큼 쉬운 것 같지는 않다.
내가 마음먹었던 일들이 모두 행동으로 옮겨지면 좋은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분이 나한테 가르쳐주셨던 것은 사람의 마음을 가르쳐주셨던 것 같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선한 마음... 선한 생각..... 선한 행동들....
아마도 그 모든 것들을 꽃으로 남겨주시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그분과 헤어지고 나서 난 또 다른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분은 나한테 많은 다양한 꽃의 세계를 가르쳐주셨다.
좋은 꽃의 세계.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꽃의 세계.
상처를 받을 수 있는 꽃의 세계.
사랑이 넘쳐나는 꽃의 세계.
악한 마음을 갖게 하는 꽃의 세계.
근데 그분이 나한테 가르쳐주셨던 것 중에 가장 큰 것은 강인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주셨던 것 같다.
꽃이 가지고 있는 모든 세계를 겪어낼 수 있도록
왜냐면 꽃이니까...
아름다운 세계이든 악한 세계이든
꽃은 결국은 선한 세계이니까..
악한 사람도 결국은 선하게 만드는 것이 꽃이니까
예전에
20시간 동안 작업실에서 선생님과 같이 말 한마디 안 하고 작품을 만들었던 일도 있었고,
5월에는 며칠 동안 밤새도록 수 천 개의 코사지만 만들었던 일도 있었고,
선생님과 같이 1층부터 5층까지 고무장갑 끼고 계단 청소를 했던 일도 있었고,
사실 계단 청소가 제일 힘들었었다.
그리고 계단 청소를 하면서 너무 화가 나서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해 보이기도 했고,
그때는 정말 누구 하나 나를 건드리는 사람이 있었으면 무조건 화풀이를 모두 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근데 계단 청소하고 나면 깨끗해지니까 기분이 좀 좋아졌었던 것 같기도 하고,
꽃집 앞에서 김장도 같이 했던 일도 있었고,
아마도 지금도 누군가는 꽃집 사장님과 같이 김장을 담그고 있는 직원도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세상이 너무 많이 변해서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요즘 김장을 같이 하자고 하면 불평불만을 하는 직원도 있겠지만 ... 그때는 나도 그랬으니까
근데 지금 생각해 보면 좋은 하나의 추억으로 ... 좋은 기억으로 남은 것 같다.
지금은 이 모든 것들을 말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숨기고 싶었던 나의 플로리스트 과정 중의 생활들이었다.
그때는 왜 그 모든 것들이 심각하게 생각되고 받아들이기 힘들었던지
어려서 그랬는지...
처음이라서 그랬는지...
난 그 분 옆에서 10년을 넘게 있으면서 많은 것을 봐 왔다.
남들이 우리 선생님한테 함부로 대하는 사람도 보고.
건방지게 행동한 사람들도 보고.
노동자 취급을 하는 사람들도 보았고.
그때마다 아무 말 없이 커피 한 잔을 드시면서 창밖을 한동안 바라보시던 모습이 지금도 내 눈앞에서 보인다.
나 같으면 막 따지고 신경질 내고 그랬을 것 같은데,
그분은 나한테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셨던 것 같다.
꽃을 알기 전에 이 세상에 사는 모든 사람들과 살 수 있는 방법….
그분은 수업 시간 이외에는 꽃에 관련된 말씀을 안 하셨었다.
그 당시는 몰랐었는데
지금은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냥 요즘 느끼는 것은
학생들한테 꽃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꽃을 지키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는 생각이 저 절실하게 드는 것 같다.
몇 주 전에 인터넷에서 보게 된 글이다.
삶이 몇 개월 남지 않았다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췌장암 환자인 미국 카네기멜런대 교수의 `마지막 강의`에서 남긴 말을 보았다.
그 글을 몇 번을 읽었다.
한 번 읽고 또 읽어보고....
그래서 플로리스트가 되고자 하는 나의 학생들한테 해 주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절대 포기하지 말라
나는 한 번 시작한 일은 끝까지 한다.
근데 그 시작한 일이 나한테 도움이 되는 일 일 때도 있고 후회가 되는 일 일 때도 있다. 그래도 나는 끝까지 한다.
나중에 후회를 하더라도…
왜냐면 시작을 했으니까…이유는 이거 하나다…
근데 사실 시작과 마무리를 꼭 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왜냐면 후회를 하더라도 마지막까지 마치고 난 후에 한 후회가 그나마 나은 것 같으니까
사실 시작은 쉬운 편에 속한다. 마무리를 하는 것에 비하면
대부부의 학생들은 꽃이 아름답다고 느끼기 전에 포기를 한다.
난 모든 학생들이 끝까지 잘 마무리를 지었으면 하는데 ….
나의 수업이 힘들고 지친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리고 좀 어려운 일은 시키면
생각해야 하는 일 그 자체를 힘들어하는 학생들도 있고 또 반면에 단순한 일은 시키면 지루해 하면서 하기 싫어하는 학생들도 있다.
난 스스로 그만둔다는 학생들을 설득하지는 않는다
내가 뭐라고 하기 전에
포기는 나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모든 학생들이 견디는 방법을 스스로 깨닫고 행동했으면 한다.
▶가장 좋은 금은 쓰레기의 밑바닥에 있다
이 교수가 언급한 이 쓰레기는 다른 의미이겠지만 나는 진짜 쓰레기로 비유를 하고 싶다.
플라워샵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쓰레기가 많아 나오는지 알 것이다.
너무 많아서 지겹다.
그리고 그 쓰레기봉투를 밖으로 내다 버릴 때마다 화가 날 때도 많다.
“언제까지 내가 이런 일을 해야 할까…” 내가 이런 일하려고 여기 들어온 지 아는지…
근데 그 쓰레기 봉투를 하나…둘…셋 버릴 때마다 나를 꽃 세계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 주는 횟수가 된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른다.
왜냐면 너무 하찮게 생각하는 단순한 일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부 샵에서는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그 일만 하는 남자 직원을 뽑는 경우도 있다.
옛날에 일할 때 하루에 100리터 쓰레기봉투 15개를 버린 적이 있다
계속 쌓여있는 그 15개의 봉투를 보고 생각한 것….
“언제 저 봉투들을 4층에서 1층을 가지고 내려갈까… 내일 할까.. 아니다 그냥 지금 하자. 언제 다 할까? 오늘 집에 갈 수 있을까?..... 휴…우”
근데 그 쓰레기봉투 15개를 채우는 동안 꽂았던 꽃들…. 그게 지금의 나의 실력을 만들었던 것 같다.
▶당신이 뭔가를 망쳤다면 사과하라
사람들은 사과할 줄 모른다. 나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잘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본인들이 한 행동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그 내면의 세계를 다 모르겠다.
근데 내 입장에서 본 그 학생들이나 직원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표현을 하는 편이다.
왜냐면 표현을 안 하면 답답하고 한심해 보이니까
나는 나보다 오래 사신 분들…나보다 사회경험이 많으신 분들의 말에 대부분은 순응하는 편이다.
예전에는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였던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조금씩은 이해할 것 같아서
왜 그때 그러셨는지..
이렇게 깨닫고 알게 되는 순간들이 빨리 왔으면 좋겠는데 항상 늦게 나를 찾아온다.
다시 돌아가지도 못하는데…
▶자신보다 주변 사람에 집중하라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
내가 예전에 항상 생각했던 거다. 나만 잘나면 되고…. 나만 성공하면 되고…나면 잘 살면 되지….
근데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주변에서 나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없다면 그게 가치가 있을까…
지금까지 꽃을 다루면서 느낀 것은
꽃은 나 자신을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나를 제외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한테 아름답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
나를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러나 플로리스트가 되려는 사람들은 자신을 꾸미려고 한다
나 자신이 남들에게 아름답게 보이고 싶어 한다.
자신을 위해서 플로리스트가 되려고 하고 자신을 남들한테 아름답게 보이게 하고 싶어서 한다.
이 생각을 버리지 않으면 플로리스트는 될 수 없다
왜냐면 나를 위한 직업이 아닌 남들을 위한 직업이므로
그래서 남들한테 좋아 보이려고 샵을 예쁘게 꾸미고 꽃을 예쁘게 다듬어 놓고 꽃다발도 예쁘게 만들어 놓고 계절별로 디스플레이도 바꾸고
그런 일들을 과연 나만을 위한 일들일까…
▶감사하는 마음을 보여 주라
사람들은 가르쳐줌에 대해서 감사할 줄 모르고 항상 바라기만 한다.
더 뭔가를 얻어 가려고만 하고 그에 대한 고마움은 모른다.
아마도 당연하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가
그 당연함이 어디까지 일까?
그 당연함이라는 범위까지 도달하면 그다음부터는 고마워할까..
아니면 더 많은 것을 또 요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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