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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생기고, 작고, 거칠고, 짧은 내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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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MoonHyunSun 댓글 0건 조회 4,455회 작성일 13-09-2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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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나이가 많으면 많다고 할 수 있고 적으면 적을 수 있다고 할 수 있는
중간 단계의 나이가 아닌가 싶다.
 
어느 기준에서 봤을 때 중간단계인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우리 학생들 앞에서는
나이가 많은 축에 끼는 것 같고, 나이가 많은 분 앞에서는 아직도 사회새내기에 불과 한 것 같고.
가끔식 농담 반 진담 반으로 " 난 100살까지 살건데, 이제 겨우 30년밖에 안살았는데 " 라는 말을 하고 다닌다.
아직 1/3 도 안살았고 하면서...

내 나이가 한 20대 중반쯤 됐을때였던 것 같다.
연구실에서 뭔가를 막 만들고 있는데 내 옆에 서 계씨던 분이...
 
"아가씨 손이 이래서 어떻게 결혼을 할려고 해. 장갑 좀 끼고 하지" 라는 말씀을 하시는 것이다.
 
제 옆에 계시던 제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손이 미워서 싫다는 남자랑 왜 평생을 같이 사냐는 말씀을 하시는 것이다.

사실 그대까지만 해도 내 손이 그렇게 심하게 거친 손이 되어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냥 좀 안예쁘다는 생각은 하고는 있었지만..

그때부터는 괜히 사람들 앞에서 내 손을 보여준다는게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되도록이면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고 겨울에는 항상 장갑을 끼고 다녔었다...

그래서 4계절 중에서 어느 계절이 제일 좋냐고 물어보면 항상 겨울이라고 대답하게 됐던 것 같다.
추위는 정말 못 참으면서도...

내 손을 볼때마다 손이 예쁜 사람들을 보면 너무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고,
난 저렇게 될 수 없을까라는 생각도 자주 하게 되고,
어디 가서 차 한잔도 마음 편하게 들고 마시지 못하고,
언제나 빨리 마시고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기 바쁘고.
 
사실 내 손은 너무나 작고 손가락도 너무 짧고 사람들이 저 손으로 뭘 하냐는 말을 할 정도이다.

그런 손에 상처 투성에다 거칠거칠하고

겨울에는 항상 물을 만져야 하기때문에 항상 손등이 트기까지 한다.

여러가지 공구들을 만지다 보니 손가락 하나하나에 상처가 없는 곳이 없다.

한 번은 용접을 배우고 싶어서 철공서에 갔다가 어쩔 수 없이 되돌아와야 했던 경우도 있다.
 
언젠가 발레리나 강수진씨의 발을 본 적이 있다.
난 너무나 놀라서 ..
심하게 말하면 사람 발이라고 말하기가 힘들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굳은 살과 형태까지 변해버린 발 모양..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은 손이 말해준다.
 
손이 그 사람의 성공여부를 좌우할 정도 많은 것을 보여주는 증거물이 되는 것이다.

남들앞에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 뒤에서는 너무나 힘들고 어렵고 괴로운 일들이
항상 존재하는 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그냥 보여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플로리스트 라는 말을 더 떳떳하게 할 수 있게 하는게 손이 아닌가 싶다.
물론 지금도 내 손을 보여주는게 창피할 때도 있다.
어떤 사람은 안타깝게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다. 


그래서 그러셨는지 미용사들이 퍼머 할 때 끼고 하는 장갑을 20개나 사다 주신 분도 있다. 
 
생명력이 있는 식물을 다루는 우리 플로리스트는 항상 따듯함을 가지고 있는 맨손으로 일을 해야 하는것이다.
식물들도 느끼기 때문이다.
아무리 인간이라고 할지라도 자연의 생명력은 함부러 상대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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