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_“꽃집주인이 아니라 꽃장식 전문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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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oonHyunSun 댓글 0건 조회 6,421회 작성일 06-02-06 09:30본문
[“꽃집주인이 아니라 꽃장식 전문가예요”] | |
직업인에게 듣는 나의 전공 | |
얼마전 방영됐던 ‘여름향기’라는 드라마를 보면 탤런트 손예진이 근사한 플로리스트로 등장한다. 너무도 예쁘고 친절하다. 아름답고 멋지다. ‘꽃집 주인’으로서의 플로리스트는 그만큼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직업이다. 문현선(34)씨 역시 플로리스트이다. 꽃을 다루는 솜씨는 한국에서 두번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뛰어나다. 하지만 꽃집을 운영하지는 않는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플로리스트 학원을 운영한다. 문씨는 “‘플로리스트 = 꽃집 주인’은 아니다”고 말한다. 꽃다발 포장이나 꽃꽂이를 하는 사람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보다는 ‘파티나 행사장 꽃장식에서부터 웨딩 부케 디자인, 호텔이나 기업체 로비 꽃 장식 등 여러 가지 목적에 따라 꽃을 보기 좋게 꾸미는 일을 하는 사람이 플로리스트’라고 강조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꽃을 다루는 일은 꽃꽂이 수준의 취미 활동으로 인식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꽃을 이용한 다양한 장식 활동을 포괄하는 의미로 쓰입니다. 공간 장식, 행사 기획까지도 하죠. 이렇게 보면 플로리스트보다는 ‘플라워 코디네이터’가 더 적절한 이름 같습니다.” 실제로 요즘 플로리스트가 일하는 분야를 보면 플라워숍 운영은 물론이고, 호텔, 백화점, 일반 회사 디자인 부서에서도 활발하게 일한다. 포장 디자인이나 의상 디자인 분야, 인테리어 업체에서도 전문가로서의 플로리스트를 채용하는 추세다. 이벤트 회사나 웨딩업체들도 경쟁적으로 플로리스트를 영입하고 있다. 플로리스트는 병원 장례식장에서도 꼭 필요한 직업이다. 예전에는 단순하게 흰색 국화만 갖다 놓았지만 다양한 장식과 형태의 조화들이 등장하면서 병원마다 꽃장식 전문가들을 예닐곱 명에서 많게는 열 명까지 두고 있다. 플로리스트 수요가 많아지고 직업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체계적이고 철저한 교육의 필요성도 덩달아 커졌다. 꽃집 옆에서 곁눈질로 몇 개월 배워서 플로리스트가 되는 시절은 지난 것이다. “화훼 장식 관련학과를 두고 있는 대학만 16개나 됩니다. 학원도 엄청나게 많이 생겼죠. 이제는 전문가, 평생 직장인으로서 플로리스트 시대라고 할 수 있어요.” 대학에서 원예학을 전공한 문씨는 일찌감치 이런 변화를 예상했다. 대학을 마친 뒤 2년 정도 현장경험을 쌓은 뒤 독일 화훼 전문학교(3년 과정)에 입학한 것이다. 동양인 최초로 플로리스트 마에스터 자격증을 취득한 것은 이런 선견지명과 노력에 대한 ‘보답’이었다. 이후 국내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하던 문씨는 3년전부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전문 플로리스트 양성에 뜻을 두고 현재의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문씨는 “플로리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5~6년 뒤를 바라보고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막연한 환상을 버리고 구체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한 뒤 결정할 것을 조언했다. 하지만 그만큼 미래도 밝다고 강조했다. 경력대로 분명한 대우를 받는 게 또한 이 직업이라는 것이다. 글·사진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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