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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르트에서 박카스로 승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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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MoonHyunSun 댓글 0건 조회 636회 작성일 23-08-2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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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도매시장을 오랫동안 다니다 보니 주 거래처가 많이 생겼습니다. 


​주 거래처에서 꽃을 샀을 때, 좋은 점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좋은 것은 "알아서 좋은 꽃을 항상 잘 챙겨주신다" 라는 겁니다.


​남들이 생각하는 그 당연함을 제일 잘 챙겨주신다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항상 친절하시다는 점.

제가 사려는 적당한 꽃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하고 지나치게 되면,

너무 죄송할 정도로 말이지요.



​저는 꽃을 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친하게 말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냥 가서 제가 살 꽃만 사고 딱 가거든요.

"커피 한잔 줄까요?"

"아니요 괜찮아요"

"추운데 유자차 한잔 마셔"

"아니요 괜찮아요"


​제가 항상 이런 스타일이거든요.

항상 거절하니까 죄송한데, 이제는 저를 잘 아셔서 그러려니 하십니다.


​그런데 꼭 한 군데에서, 요구르트를 가방에 넣어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녹차도 거절하고, 유자차도 거절하고, 사실 그랬거든요.

항상 죄송했지요.

그런데 어느순간 부터는 요구르트로 바뀐 겁니다.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다가, 그다음에는 너무 좋았고,

그다음부터는 안주시면서  괜히 기다려지고...


​그랬는데 어느 순간부터,

요구르트가 아닌 박카스를 챙겨주시는 겁니다.


박카스가 없으면 요구르트라도 꼭 챙겨주세요.

꼭! 박카스를 그렇게 주시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로 말씀 드릴 것 같으면,

이래봬도 요구르트에서 박카스로 승격된 사람이라는 말이지요.


사람들은 새벽에 꽃 시장에 가는 것이 엄청 피곤할 거라고 생각하시는데요.


저는요.

일주일 중에서 꽃 시장에서 꽃 살 때가 제일 편안하고 좋습니다.


​물론 저도 새벽에 일어나기 싫어하죠.

"조금만 더 자자. 5분만 더... 5분만 더" 이러면서 일어납니다.


​그렇게 일어나서 주차장으로 내려와서, 시동을 켜는 순간 기분이 정말 달라집니다.

그리고 꽃 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그래 이 기분이지"라는 생각이 바로 듭니다. 


솔직히 제가 필요한 꽃만큼만 꽃을 사는 것이 제일 싫습니다.

그런 제약 없이 꽃을 그냥 막 샀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저것 막....

그냥 다 사고 싶은 겁니다. 


차 안도 한가든, 학원도 한 가득 막 채우고 싶거든요.

꽃 시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꽃 보면 좋고,

꽃을 사게 되니까 좋고,

친절한 분들이 좋은 꽃 챙겨주시니까 더 좋고,

어떻게 해서라도 더 챙겨주시려고 하고, 

꼭.... 박카스를 챙겨주려는 분도 계시고, 

항상 가도 반가워해주시고, 

오랜만에 가도 반가워해 주시고, 

오랜만에 가면 "무슨 일 있었냐고" 걱정도 해 주시고,

꽃 시장에서는 나쁜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꽃 다 사고,

꽃 도매시장 주차장을 나오는 순간부터

"지금부터가 생활전선으로 들어가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힘들고 지칠 때 제가 기분 전환하는 방법입니다. 


​꽃 시장에 가서,

꽃 보면서 반가운 사람들 얼굴 보면서,

잠시 동안 시간을 보내고 오는 것.



​상투적인 표현법을 한 번 쓴다면요.


​"식물은 절대 사람을 힘들게 하지 않지요."

그래서 꽃이 좋습니다. 


​"내가 너희들 때문에 버틴다." 라는 말이 나오게 만들지요.

제가 이 직업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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