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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팝스2016.4] - 봉오리에서 꽃을 활짝 피우다. 플로리스트 마이스터 문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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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MoonHyunSun 댓글 0건 조회 5,643회 작성일 16-03-2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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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우리에서 꽃을 활짝 피우다.

플로리스트 마이스터 문현선

봄꽃을 추천해달라고 하니 바로 라넌큘러스를 꼽는 플로리스트 마이스터 문현선.

20여 년 전 취미로 꽃을 배우기 시작해 누구보다 열정 가득한 20,30대를 보내고

동양 여성 최초로 독일 플로리스트 마이스터 자리에 올랐습니다.

지금은 한국에서 플로리스트 후배들을 양성하고 있는 그녀를 만나 보았습니다.

글.사진 김다정 기자

언제부터 꽃에 대해 배웠나요?

19살 때부터 꽃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서 꽃을 찾았어요.

대학교 1학년 때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힘들어서 고민하던 차에 선배

언니의 소개를 받아 꽃꽂이를 시작한 거죠. 꽃꽂이 선생님은 엄마처럼 포근한 분이었어요. 자상

하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어서 마음도 치유되고 꽃도 절로 좋아지더라고요.

플로리스트가 되려고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꽃꽂이 학원에서 꽃을 배우고, 플라워 숍에서 일을 하고, 전시회를 여는 등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이미 플로리스트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초창기에는 좋아서 하는지, 적성에 맞는지도 잘 몰랐

어요. 목표도 없이 '그냥' 하고 있었죠.

6-7년 차가 됐음에도 꽃을 잘 알지 못하는 것 같았고,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우리나라는 플로리스트 교육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아서 유학을 선택하게 됐죠. 그중

에서 독일의 교육 과정이 가장 체계적으로 보였어요. 유학을 결심한 후에는 전문 플로리스트가

되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그 뒤로는 정말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왔어요.

독일에서 플로리스트 마이스터 자격증을 딴 과정이 궁금해요.

독일에는 전문 플로리스트를 양성하는 '독일 플로리스트 마이스터 스쿨'​이 있어요. 독일 사람들

은 플로리스트가 되려면 이 학교에 들어가 자격증을 따야 해요. 초보자는 입학할수 없고 7년

이상의 경력자들만 들어갈 수 있어요. 1년의 교육과정 중에 17과목을 배우는데 절반이 통계,

마케팅, 회계, 법학 등 경영과 관련된 과목이에요. 게다가 마이스터이기 때문에 플로리스트를

가르치는 교수법도 배워야 하죠. 마이스터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얻기 전에 식물학 자격증

과 강사 자격증도 따야 하고요. 학교 졸업후 마이스터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만 3개월이 더

걸려요.

꽤 까다롭고 복잡하죠? 저도 그래서 처음에 유학을 준비할 땐 마이스터 자격증을 딸 생각은 없었

어요. 워낙 주변에서 어렵단 얘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학교만 무사히 졸업하자.'란 마음으로 도

전했는데, 열심히 하다 보니 욕심히 생겨서 자격증까지 취득했어요.

유학 중 가장 힘들었전 점은 무엇인가요?

언어였어요. 학교에서 이론보단 실기 수업을 더 많이 할 것 같아서 독일어에 대한 준비를 많이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 전체 교육 과정의 대부분이 이론 수업인 거예요.

주 5일 수업중 실습은 하루만 하고 나머지 4일은 이론 수업만 꽉 채워서 했어요.

학교에서 함께 기숙 생활을 하는 16명의 독일인 친구들이 없었다면 1년 동안 아무것도 못 했을 거예요.

친구들이 수업 중 쉬는 시간마다 다시 설명해 주고, 방과 후에도 공부를 도와줬어요.

우리나라에서 1년 반 동안 독일어를 공부하고 현지에서도 어학원을 따로 다녔지만 친구들과 친해지고 나서

독일어가 가장 많이 늘었던것 같아요.

하나의 언어를 익히는데 3년이 걸린다는데, 과연 혼자서 독일어를 익힐 수 있었을지 모르겠어요.

독일은 사투리가 정말 다양해서 외국인들이 알아듣는데 한계가 있거든요.

각 지방에서 온 친구들이 제가 이해할 수 있는 단어로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고, 선생님과 상담을 할 때도

친절하게 도와주어서 정말 고마웠어요.

플로리스트란 직업이 화려해 보이지만, 힘든 점도 많을 것 같아요.

사람들은 보통 꽃으로 장식하는 모습만 보고 플로리스트를 화려하고 우아하게 생각해요.

그런데 꽃을 다루는 일은 오랜 시간에 걸쳐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차근 익혀야 해요.

플로리스트가 갖춰야 할 기본 자질은 좋은 꽃을 고를 줄 아는 능력과 그 꽃을 오래 보존하는 능력이에요.

이 과정을 지루하고 사소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플로리스트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죠. 

그리고 의뢰인을 만족시키고 의견을 조율하는 것도 어려운 부분이에요.

로비, 사무실, 카페 등 인테리어가 잘 되어 있는 공간을 '더 예쁘게' 해달라는 경우가 많아요.

장식을 잘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할 수는 있으나,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루고 의뢰인의 미적 감각을

만족시키는 등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아요.

블로그를 통해 '플로리스트가 되기 위해 유학을 다녀오기보다는 외국어 공부를 하는 편이 좋다.' 고 했는데, 무슨 의미인가요?

제가 꽃을 배울 때는 국내에 체계적인 교육이 없어서 유학을 갈 수밖에 없었어요.

지금은 미국, 독일, 네델란드, 캐나다 등 다양한 나라의 교육 과정이 들어와 있어서 국내에서 웬만하면 다 배울수 있어요.

게다가 외국 플로리스트들도 우리나라에 와서 수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유학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플로리스트는 외국에서 온 직업이기 때문에 현지인이 쓰는 언어를 배워야 그들의 정서를 이해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작품의 스타일과 설명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배워야 하죠.

작품을 보고 느끼는 감정의 단계도 다르거든요. 예를 들어 영어의 "멋있다.!"는 표현 중에서 "Amazing!"과 "Beautiful"은 플로리스트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표현이에요.

전문 플로리스트는 우리나라 사람뿐만 아니라 다양한 언어권의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많아요.

해외에서 입지를 다지려면 그만큼 언어도 다양하게 할 줄 알아야 해요.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교류하려면 무엇보다 언어가 중요하거든요.

우리나라 플로리스트들이 외국인들의 작품과 비교했을 때 절대 뒤처지지 않는데, 거기에 외국어 실력이 뒷받침된다면 더욱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거예요.

현재 공부하고 있는 외국어가 있나요?

영어, 독일어,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어요. 새벽부터 출근 전까지의 시간을 활용해요.

학원에 갈 시간이 없어서 주로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어요. 페이스북도 언어를 공부하는 저만의 방법이에요.

일상생활에 응용해 보기 위해 영어와 독일어로 번역해서 글을 올리고 있어요.

댓글을 다는 외국인들이 제 작품을 보고 난 느낌을 순수하게 표현해 주거든요.

그 반응들을 보면서 새로운 표현들을 배우기도 해요.

적어도 하루 2~3시간씩은 꾸준히 하고 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의뢰인 혹은 작품?

두가지 사례가 기억나요. 먼저 첫 작품인데요. 우리나라 전통 창틀이란 구조물을 이요해서 해바라기로 장식한 작품이었어요.

함께 전시한 다른 사람들의 작품과 비교했을 때 작고 부족해 보였지만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한 작품이였어요.

그리고 2005년 명동에 있는 퓨전 레스토랑의 공간 장식도 기억에 남아요.

그 당시는 퓨전스타일이 성행했던 때였어요. 그 레스토랑은 창가, 기둥, 선반마다 동서양의 느낌이 혼합돼 있어서

꽃으로 전체를 조화롭게 꾸미기가 어려웠어요.

순간 그곳이 '과제'처럼 느껴졌고, 이윤을 남기지 못할 만큼 좋은 재료를 써서 의뢰인을 만족시켰죠.

보통 플로리스트는 본인의 작품에 100퍼센트 만족하기 힘든데, 그 작품을 통해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의뢰인보다 스스로 더 만족

했던 기억이 나네요.

앞으로 전문 플로리스트의 활동 및 진출 분야는 어떤가요?

꽃은 부가가치가 높아요. 대기업, 호텔들은 화훼장식을 거의 내부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반면에 소기업과 영세 기업들은 살아남기 힘들어서 창업을 권유하고 싶진 않아요.

진출 분야는 다양한 편이에요. 기업들이 폭넓게 진출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파티 문화에 공간 장식이 성행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가장 큰 파티는 결혼식이지만 앞으로 최신 트랜드를 접목한 파티와 행사들이 새로운 진출 분야로 떠오를거에요.

플로리스트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20대부터 시작해서 10년을 투자했으면 좋겠어요.

30대는 자신의 영역에서 실력을 원 없이 발휘하고 활동하는 나이이기 때문이죠.

이렇게 말하면 학생들은 지레 겁부터 먹는데, 기왕 시작할 거라면 20대, 특히 스무 살에 시작하세요.

요즘 친구들은 스펙을 위해 무언가를 정말 많이 하죠?

안타까워 보일 때가 많아요. 스펙을 위해 투자하는 열의와 열정을 가장 중요한 곳에 쓰지 못하고 시간 낭비하는 것 같아요.

그 보다는 목표와 장래를 찾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그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저도 '이제 그만둘까?'하는 갈등과 슬럼프가 몇 차례 있었지만 그 과정들을 견딘 후에야 비로소 제 일을 찾을수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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