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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_"꽃" 나의 학문이자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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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MoonHyunSun 댓글 0건 조회 4,942회 작성일 13-09-2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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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나의 학문이자 예술

 

[동양여성 최초 플로리스트마에스터 문현선씨]

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가능한 한 오래 보존하고 곁에 두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게 마음같이 쉽지 않다. 꽃다발을 오래 보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깨끗이 씻어주세요. 꽃대를 만져보면 미끌미끌 하잖아요. 그게 바로 미생물이에요. 미생물을 씻어 내지 않고 그냥 물만 갈아주면 미생물이 물 빨아들이는 관을 막아서 꽃은 마르고 미생물이 새 물을 먹는 거죠. 꽃대를 씻은 후 2~3일에 한번씩 물을 갈아주면 2~3주는 즐길 수 있어요.”

꽃을 오래 다룬 사람들은 자연스레 알지만 플로리스트들은 과학적으로 접근해 꽃의 생리를 분석하고 연구한다.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꽃을 가장 예술적으로 다루는 이들이 바로 플로리스트들이다.

플로리스트 문현선씨(33). 그는 원예육종학과를 졸업하고 원예학과 석사학위를 마친 뒤 독일로 유학, 까다롭기로 유명한 독일 장인과정을 통과해 동양 여성 최초로 독일 국가공인 플로리스트마에스터(Floristmeister)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플로리스트마에스터 과정은 독일 16개 주(州) 중 11개 주에 있으며 1년의 실습 과정과 3개월간 17개 과목의 시험이 이어진다. 시험을 통과하기도 어렵지만 입학조건도 까다롭다. 실무 경력 3년·교육 경력 3년 이상이 되어야 입학이 가능하다. 27살에 유학길에 오른 그는 이 과정을 거쳐왔다.

그는 식물을 다룰 때 예쁘게만 만드는 것을 넘어서 식물 위주로 생각하기를 권한다. 식물을 통한 미학적 완성이 장인으로서의 그의 목표라면 국내플로리스트 교육 과정의 체계를 잡는 데 일조하고 싶은 교육자의 꿈도 가지고 있다. 삼육대, 계원조형예술대, 원광대 등 강의를 나간 곳 외에도 그가 운영하고 있는 문현선 플로리스트 아카데미를 통해서만 2,000명의 제자를 양성하기도 했다.

“식물학적 소양 외에도 미학, 공간연출, 색채학을 두루 섭렵한 디자인과 경영, 기획까지도 알아야 제대로 된 플로리스트예요. 예를 들면 좋은 꽃과 나쁜 꽃을 구별할 줄 아는 것이 기본이죠. 하지만 600종류인 장미 한가지만 따져보아도 상, 중, 하로 나뉘어 1,800가지나 되지요. 장미는 몽우리에서 꽃잎이 보이는 것이나 줄기의 굵기가 같아야 좋은 꽃이죠. 꽃의 품질에 따라 장식을 했을 때 3일 가기도 하고, 한달이 가기도 하거든요. 그만큼 좋은 꽃을 고를 줄 아는 것은 중요합니다.”

수만가지 꽃을 다루는 플로리스트마에스터 문현선씨가 가장 좋아하는 꽃은 흰색 칼라. 순수, 깨끗, 희망, 사랑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칼라는 한국에선 결혼식에 많이 사용되지만 외국에선 장례식장에 주로 장식된다. 시작과 마지막을 동시에 표시하는 꽃이 바로 칼라라고. 그가 장식할 때 빼놓지 않고 즐겨 쓰는 것은 루스코스 잎사귀. 열두달 내내 녹색이고 시들어도 녹색이 변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다른 꽃이 조금 시들어도 루스코스 잎사귀의 싱싱한 녹색이 보완을 해주기 때문이란다.

얼마전 봄을 부르는 ‘100년간의 신부 부케전’(가나아트 스페이스)을 열었다. 신부 부케는 각 시대별로 다양한 형태로,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식물 소재를 선택하여 신랑, 신부에게 전달되어 왔다. 고대 이집트에선 나일강변의 다양한 종려, 갈대, 골풀, 월계수, 백합, 올리브 및 수련 등을 조화시켜 꽃 목걸이, 화관 등이 장신구를 대신했다. 고대 그리스에선 축제일에 주로 화관이 사용되었으며 로마시대엔 신부가 머리에 화환을 씀으로써 결혼식에 꽃을 사용하는 기원이 되었다.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시대를 지나면서 1756년대에는 꽃 장식이 흰색이 주류가 되어 화이트 웨딩이 시작되었다.

20세기 초에 들어서 신부 부케는 점점 호화로워지기 시작했으며 1920년대부터 추상적이며 기하학적인 모양의 신부 부케가 등장했다. 우리나라에선 8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다양한 소재와 모양이 부케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신부 부케의 형태, 소재, 색 등을 재현해 부케 100년사를 정리한 이번 전시회는 신부 부케의 역사적인 배경을 더듬어보면서 부케의 미학적 변천사를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정리한 전시회였다.

봄이 문턱에 와 있다. 신부 부케의 다양한 디자인과 의미를 되새기면서 꽃 도매시장으로 나가보자. 스스로 플로리스트가 되어 꽃을 장식함으로써 집안에 축제 같은 분위기와 즐거움을 만들 수 있다.

〈글 김영남기자 jacksim@kyunghyang.com〉

〈사진 박재찬기자 jcphoto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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